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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편의 윗옷을 땅으로 끌어내려 놓고 발로 차려 했으나 아직 차마 덧글 0 | 조회 804 | 2021-06-06 22:20:57
최동민  
남편의 윗옷을 땅으로 끌어내려 놓고 발로 차려 했으나 아직 차마 발로 옷을 걷어 찰 용기는 나지 않는다. 아. 이러다가 또 편이 방에 불쑥 들어오면. 안 돼. 이래서는 안 돼.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. 남편은 여전히 온화한 얼굴이고 어떤 다른 기색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. 적어도 지금은 그래. 밤이 되기 전까지는 안전할 것이다.이건 꿈이 분명했다. 그런데도 무서웠다. 어둠, 그리고 적막. 분명히 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는데도 무서웠다. 적막과 그리고. 어둠 저너머에서 뭔가 쉿쉿하는 소리가 들린다. 조금씩 들려 온다. 조금씩 크게.그래. 얼어 죽었나보군.그렇지만 할 수 없었는 걸. 그러지 않았으면들이킨 숨이 없는 상태에서 소리를 칠 수는 없는 법이었다. 잔뜩 뻗어 낸 양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이 다만 빈 허공만이 움켜 쥐어졌다. 그리고 발은.남편의 눈물. 아니, 그것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. 거짓으로 우는 것일 수도 있다. 남편의 발 밑에 떨어져 있는 가위의 날이 다시 번쩍인다. 저 가위의 날이 내 몸 속으로 부드럽게 쑤욱 파고드는 상상이 된다.남편의 얼굴은 아직도 온화한 그대로이다. 그러나 그것이 더 무섭다. 저 온화한 얼굴. 왜 남편은 화난 얼굴을 나에게 보이지 않는 것일까? 기억 저 건너편으로 멀어지려는 생각들 사이로 남편의 목소리가 칼처럼 비집고 들어왔다.눈에서 마구 눈물이 흘러 나온다.고지식했던 선생님은 머리 좋고 똑똑했던, 전교에서 가장 아이큐가 높았던 애제자의 눈물 앞에서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.하이드라가 나 자신이라면, 나 자신의 의심이고 나 자신의 망상이라면 나 자신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. 나는 나여서는 안되었다. 어쩌면 그 때 겪고 소중하게 마음 속으로 간직해 두었던 그 기억은 운명에서 이때를 위해 예비되어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? 하하.다시 나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바뀐다. 허물을 벗듯 나의 온몸이 다시 국민학교 시절로 되돌아 가는 것이 느껴진다. 멋진 다이빙.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.
그리고 약간 쌀쌀한 방 안의 풍경. 남편은 깊이 잠든 듯, 깊고 규칙적인 숨 소리만이 들린다. 평화롭다. 조금 쌀쌀한 것은 방의 창문이 열려서였겠지. 방의 창문이 열려서 방 안이 좀 쌀쌀한데도 나는 맨몸에 이불조차 덮고 있지 않았다.그리고 거기서 그들은 발목에 심한 상처를 입고 혼수상태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. 그리고 내 발목의 상처는 (비록 내가 지금은 아무 감정도 없지만) 너무 오래 방치해 두어서 이미 거의 썩어 버린 상태였고 내 생명까지도 위독한 상태였다고 했다. 나는 슬쩍 오늘의 날짜를 물어 보았다.화가 난다. 죽이려 하더니 이제는 가지고 놀기까지? 내가 스스로 뛰어 내리려 했다구? 나는 막 내 몸이 떨어지려는 그 순간에도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다.그러나 내가 채 시어머님의 환심을 사기도 전에 시어머님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고, 나는 그 때 하필이면 당시 다니던 직장일 때문에 며칠 동안 연수를 받고 오는 바람에 장례식이 끝난 이후에 조그마한 삼베 리본을 달고 있는 그이밖에는 만날 수 없었다.아냐. 그럴 리는 없어! 그건.아니야. 침착하자. 발목의 살은 이제 허물어져 조금씩 긁어지고 미끄러져 떨어질 지도 모른다.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몇 초의 시간이 남아있다. 지나간 생애보다도, 앞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던 모든 시간보다 더 귀중할지도 모르는 몇 초. 알고 싶다. 알아내고야 말 것이다.내가 지를 수 있는 최대한의 고함을 지르면서 나는 허공중에서 막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힘을 다 주면서 사지를 똑바로 뻗었다. 내 생각과는 달리 목소리는 하나도 숨으로 바뀌지 않고 입 안에서 작고 허망한 울림으로 사그라져버렸을 뿐이었다.남편의 얼굴을 올려다 본다.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.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니 막막한 기분이 든다. 남편을 입원시켜야겠지. 남편이 정상적이 아니라고 해서, 나를 해치려고 했다고 해서 남편을 미워하거나 싫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.이상하다. 저건